저녁때 / 김소월 저녁때 / 김소월 마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히 빈 들에, 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푸른 하늘은 더욱 낮추, 먼 산 비탈길 어두운데 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여라.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온 것을 아주 잊엊어라, 깊은 밤 예서 함께 몸이 생각에 가볍고, 맘이 더 높이 떠오를 때, 문득, 멀지 않은 갈숲 새로 별빛이 솟구어라. 글쓰기 2022.03.07
[마음 챙김의 시]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 잘랄루딘 루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글쓰기 2022.03.06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제 그만! : 20220305 #탈핵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제 그만! 지인의 권유로 탈핵을 향한 환경집회 참석했어요. 집회장소가 울동네 마로니에 공원이라, 조금은 가벼운 맘으로 참석했는데,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가볍지 않은 마음이 들고, 생각도 많아지네요. 많은 연사들이 메세지를 전해주셨는데, 그중에서 월성 원전 주민대표 젊은 할머니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본인 뿐 아니라, 5살된 손자의 몸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갑상선암을 비록한 수많은 피해와 고통, 아픔에 대한 토로에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정부는 주민들에게 무턱대고 이젠 정말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데, 그렇게 안전하다면 핵발전소를 서울, 강남, 세종시, 청와대에도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너무 편하게 쓰는 전기 뒤에는 누군가의 크나 큰 희생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어요. .. 글쓰기 2022.03.06
[마음 챙김의 시]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눈 속 장미’라고 불리는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는 알프스산 수목한계선 부근에서 자라는 철쭉의 일종 글쓰기 2022.03.03
[마음 챙김의 시] 어떤 것들 / 앨런 긴즈버그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어떤 것들 / 앨런 긴즈버그 글쓰기 2022.03.03
인생의 황금률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의 황금률 네가 열었으면 네가 닫아라. 네가 켰으면 네가 꺼라. 네가 자물쇠를 열었으면 네가 잠가라. 네가 깼으면 그 사실을 인정하라. 네가 그걸 도로 붙일 수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라. 네가 빌렸으면 네가 돌려 주라. 네가 그 가치를 알면 조심히 다루라. 네가 어질러 놓았으면 네가 치우고 네가 옮겼으면 네가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고 싶으면 허락을 받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 그냥 놔 두라. 네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라. 깨지지 않았으면 도로 붙여 놓으려고 하지 말라.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좋게 해주는 말이라면 하라. 하지만 누군가의 명성에 해가 되는 말이라면 하지 말라. 글쓰기 2022.03.01
금잔디 / 김소월 금잔디 /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 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글쓰기 2022.02.25
합장 / 김소월 합장 / 김소월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빛은 배여 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이 부는 대로. 등불 빛에 거리는 해적하여라, 희미한 하늘 편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하고 퍽도 가까운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은 고요한데, 이마적, 말도 안하고, 더 안 가고, 길가에 우두커니 눈 감고 마주 서서, 먼먼 산, 산절의 절 종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글쓰기 2022.02.25
생애감격 / 김소월 생애감격 / 김소월 깨어 누운 아침의 소리없는 잠자리 무슨 일로 눈물이 새암 솟듯 하오리. 못 잊어서 함이랴 그 대답은 '아니다' 아수여움 있느냐 그 대답도 '아니다' 그리하면 이 눈물 아무 탓도 없느냐 그러하다 잠자코 그마만큼 알리라. 실틈 만한 틈마다 새어 드는 첫별아 내 어릴 적 심정을 네가 지고 왔느냐. 하염없이 이 눈물 까닭 모를 이 눈물 깨어 누운 자리를 사무치는 이 눈물 당정할손 삶은 어여쁠손 밝음은 항상 함께 있고자 내가 사는 반백 년. 글쓰기 2022.02.23
가을 아침에 / 김소월 가을 아침에 / 김소월 아득한 파르스레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믄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지러이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 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는 모든 기억은 피 흘린 상처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 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영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 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글쓰기 2022.02.21